혼란스러웠던 때를 기억한다. 그해 가을, 우리는 빈자리가 어색했고 애써 “우리” 대신 다른 것에 매몰되려 애썼다. 이를테면 미래지향적인 것들. 그 과정을 거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단계였지만, 그렇다고 너와 나와 그가 이전만큼 소중해지지 않는 것도, 아니었다. 난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고, 너는 내가 안중에 없었지. 그래서 더 교실 밖을 나돌았다. 그곳은 함께 있는 공간이었으니까. 단일로 존재할 수 있는 곳으로. 한동안 기숙사에서 최소한의 생활만 했다. 기억할지 모르겠지만, 그러다 가끔 너를 만나면 네 선글라스를 벗겼다. 넌 그 눈으로 너무 많은 걸 목도했겠지만 가끔은 거기에 무얼 담을 건지 공연히 궁금했거든. 이제 걔는 없는지, 나도 없는지. 그리고 어느 날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. 시답잖은 네 투정을 다시 받아주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. 벌어진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천지가 뒤집혀도 일어나지 않겠지만, 나도 더는 누군가 혼자 남은 건 볼 수가 없어서. 너도, 그리고 나도.